신경다양성과 법 – ‘정상이 아닌 뇌’는 어디까지 책임져야 하는가?

‘정상적인 뇌’란 무엇일까?

최근 들어 ‘신경다양성(Neurodiversity)’이라는 개념이 주목받고 있다. 이는 자폐, ADHD, 투렛 증후군, 감각처리장애 등 전통적으로 ‘장애’로 분류되던 특성들을 뇌의 다양성으로 인정하자는 관점이다. 하지만 이런 신경다양한 특성들이 사회 규범을 위반하거나 범죄로 이어졌을 때, 법은 어디까지 그들의 ‘책임’을 묻고, 어디까지 ‘이해’를 해야 할까?


신경다양성(Neurodiversity)이란?


신경다양성은 인간의 뇌 발달과 작동 방식이 하나의 고정된 기준이 아니라, 다양한 스펙트럼으로 존재한다는 인식에서 출발한다. 이는 다음과 같은 신경발달 조건을 포함한다:

  • 자폐 스펙트럼 장애 (ASD)

  •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 (ADHD)

  • 난독증, 계산장애 등 학습장애

  • 투렛 증후군

  • 감각처리장애 (SPD)


신경다양성 관점에서는 이러한 특성이 질병이 아닌, 뇌의 차이이며, ‘정상 vs 비정상’으로 구분하는 사고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본다.


신경다양성과 범죄 – 발생 가능성과 구조적 요인


신경다양인들은 사회 규범에 대한 이해, 타인의 감정 해석, 충동 조절 등의 측면에서 차이를 보이기도 한다. 예를 들어:

  • 자폐 스펙트럼 환자가 의도 없이 규칙을 위반

  • ADHD 환자가 충동적으로 범죄에 연루

  • 감각민감자가 스트레스 상황에서 폭력 반응


이러한 행동은 고의적인 범죄가 아니라, 신경계 차이로 인한 인지·행동의 결과일 수 있다. 그러나 타인에게 피해를 준 경우, 법적 책임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형법은 ‘다름’과 ‘책임’을 어떻게 구분하는가?


우리 형법은 형사책임을 판단할 때 다음 두 가지 기준을 사용한다:

  1. 사물 변별 능력 – 옳고 그름을 구별할 수 있었는가?

  2. 행위 통제 능력 – 자신의 행동을 조절할 수 있었는가?


신경다양한 특성이 위 두 가지 능력에 중대한 영향을 미쳤다면, 법은 이를 고려하여 심신미약 또는 심신상실로 인한 감경 또는 면책을 판단할 수 있다.


단, 중요한 것은 신경다양성 자체가 책임 면제 사유는 아니라는 점이다. 뇌의 특성이 범행 당시 구체적인 판단력이나 통제력을 실질적으로 제한했는가가 핵심이다.


실제 판례 및 적용 사례

  1. 자폐 스펙트럼 성인이 상해 사건에 연루된 사례

    피고인은 피해자의 비언어적 표현을 위협으로 오인했고, 방어 행동으로 과잉 반응. 감정 결과, 의사소통 해석 능력 저하 인정 → 심신미약 적용, 치료 조건부 선고유예.

  2. ADHD 청소년의 절도 사건

    계획성 없이 충동적으로 행동했으며, 도덕 판단은 있었지만 통제력이 현저히 떨어졌음 → 심신미약 인정, 보호처분 결정.


제도적 개선과 형사정책 방향


신경다양한 사람들을 위한 형사정책은 비정상으로 취급하거나 분리하기보다는, 다음과 같은 방향이 필요하다:

  • 감정 절차의 전문화: 신경다양인 전담 정신감정 시스템

  • 선고유예 및 치료 조건형 판결 활성화

  • 사회 적응 중심의 교정 프로그램 개발

  • 범죄예방 교육 및 사전 지원 시스템 확대


특히 청소년기 신경다양성 진단자는 뇌의 가소성이 높기 때문에, 처벌보다 조기 개입과 환경 조정이 훨씬 효과적이다.


결론: 다른 뇌는 다른 방식으로 책임질 수 있어야 한다


신경다양성은 범죄를 정당화하는 도구가 아니다. 하지만 뇌의 작동 방식이 다르다면, 책임을 묻는 방식도 달라야 한다. 형법은 단순한 기준 적용이 아니라, 과학적 감정과 뇌 기능 평가를 통한 개별 판단이 필요하다.


앞으로는 신경다양성에 기반한 형사정책의 유연성 확보가 필요하며, 이는 단순한 처벌을 넘어 사회 복귀와 재범 방지를 위한 합리적인 법적 접근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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