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의 뇌 발달과 형사 미성년자 기준 – 과학적으로 타당한가?
형법 제9조는 14세 미만 소년은 형사책임이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는 오랜 기간 동안 유지돼 온 형사 미성년자의 기준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10대 초반 청소년이 연루된 강력 범죄가 반복되면서, 이 연령 기준을 낮춰야 한다는 주장이 커지고 있다. 그렇다면 뇌과학적으로 볼 때, 14세라는 기준은 과연 합리적인가?
청소년기의 뇌는 아직 ‘공사 중’이다
청소년기는 뇌의 구조와 기능이 급격히 변하는 시기다. 특히 **전전두엽(prefrontal cortex)**의 발달이 미완성 상태인데, 이 부위는 충동 억제, 계획, 판단, 도덕성 인식 등에 관여한다. 대부분의 연구에 따르면 이 영역은 20대 중후반까지 발달이 지속된다.
반면, 쾌락을 추구하는 시스템인 **변연계(limbic system)**는 사춘기 초반부터 빠르게 활성화된다. 즉, 자극에 대한 반응은 빠르지만, 그 결과를 숙고하는 능력은 아직 부족한 상태다. 이는 청소년들이 위험을 인식하지 못해서가 아니라, 충동을 조절하는 능력이 뇌 구조상 미성숙하기 때문임을 의미한다.
형사 미성년자 기준은 왜 14세인가?
14세라는 기준은 뇌과학보다는 역사적, 제도적, 문화적 배경에서 비롯됐다. 전통적으로 아동과 청소년의 구분은 사회적 책임 능력과 연계되었으며, 14세 전후를 법적 책임이 시작되는 나이로 설정한 것은 사회적 합의에 기반한 결정이었다.
하지만 최근의 뇌과학은 14세 청소년도 아직 형사책임을 온전히 감당할 수준의 뇌 발달을 이루지 못했을 가능성을 지적한다. 특히, 범죄 당시의 충동성과 상황 판단 능력, 또래의 압력에 대한 취약성은 뇌 발달의 미완성 상태와 직결된다.
해외 사례는 어떻게 다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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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프랑스: 형사 미성년자 기준은 14세로 우리와 동일하지만, 책임능력 판단에 유연성을 부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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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만 10세부터 형사책임 인정, 다만 범행의 고의성과 인식 능력에 따라 실질적 처벌 여부를 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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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 만 12세부터 책임 인정, 그러나 16세까지는 전담 소년법원 및 치료적 접근 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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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만 14세 미만은 형사처벌 불가, 단 보호처분 및 소년원 송치 가능.
즉, 많은 나라들이 연령 기준과 더불어 개별적 판단, 행위의 고의성, 뇌 발달 상태를 함께 고려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조정 중이다.
뇌 발달을 고려한 형사정책이 필요하다
단순히 형사책임 연령을 낮추는 것은 청소년 범죄 예방에 효과적이지 않을 수 있다. 오히려 뇌 발달 상태를 과학적으로 평가하고, 충동성·공감능력·도덕 판단 능력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해 책임의 범위를 개별화하는 접근이 필요하다.
최근에는 신경심리검사, 뇌 영상 분석, 충동 조절 테스트 등을 통해 청소년의 행동 특성을 분석하고, 맞춤형 교정 프로그램을 적용하려는 시도도 늘고 있다. 이는 처벌보다 재범 방지와 교정에 효과적이다.
결론: 과학은 청소년을 다르게 본다
청소년은 단순히 ‘작은 어른’이 아니다. 뇌과학은 이들의 판단 능력, 충동 조절력, 사회적 책임 인식이 완전하지 않음을 반복적으로 입증해왔다. 형사 미성년자 기준은 사회적 합의의 산물이지만, 과학적 근거와 현실을 반영해 보다 유연하고 개별화된 정책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청소년 범죄를 줄이기 위해서는 형벌 강화보다, 뇌 발달 상태에 맞춘 예방적·치료적 개입이 더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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