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병과 형벌 – 현실 왜곡 속에서의 판단, 책임이 가능한가?

조현병(정신분열증)은 현실과 비현실을 구분하기 어려운 정신질환으로, 환청이나 망상, 사고의 비논리성 등이 주요 증상이다. 일부 강력 사건에서 가해자가 조현병 환자인 경우가 알려지면서, 사회적으로 ‘조현병=위험’이라는 편견이 확산되기도 했다. 그렇다면 조현병 상태에서 범죄가 발생했을 때, 법은 형벌을 그대로 적용할 수 있을까?, 아니면 일정 부분 면책이 가능할까?


조현병의 뇌과학적 이해


조현병은 주로 **전전두엽(prefrontal cortex)**과 측두엽, **해마(hippocampus)**의 구조적·기능적 이상과 연관된다. 뇌영상 연구에서는 조현병 환자에게서 도파민 과활성화, 뇌 회백질 감소, 전두엽 기능 저하 등이 꾸준히 관찰된다.


특히 도파민 과다 분비는 망상과 환청, 즉 비현실적 사고와 지각 왜곡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이로 인해 환자는 외부 현실을 잘못 해석하고, 실제 존재하지 않는 위협에 반응하게 된다. 사고 논리의 붕괴로 인해 행위 결과에 대한 인식이 결여될 수 있으며, 타인의 감정을 해석하는 능력도 크게 떨어진다.


법은 조현병 환자의 형사책임을 어떻게 판단하는가?


형법 제10조는 심신상실 또는 심신미약 상태에서의 범죄에 대해 형벌을 면제하거나 감경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조현병 환자가 범행 당시 현실 인식이 불가능하거나 통제력이 완전히 상실된 상태였다면, 이는 심신상실로 판단되어 형벌이 면제된다.


그러나 모든 조현병 환자가 심신상실에 해당하는 것은 아니다. 법원은 다음 요소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한다:

  • 환청이나 망상 등 증상의 정도

  • 치료 이력 및 약물 복용 여부

  • 범행의 계획성 유무

  • 범행 직후의 행동(도주, 증거 인멸 등)


이러한 요소를 감정 결과와 함께 판단해 심신미약으로 간주하면 형이 감경되고, 그렇지 않으면 일반 형량이 적용된다.


실제 판례 사례

  1. 망상에 의한 타인 살해 사건

    피고인은 피해자가 자신을 감시하고 해코지하려 한다는 피해망상에 사로잡혀 범행을 저질렀으며, 감정 결과 심각한 조현병 상태로 현실 판단 능력이 없었던 것으로 나타남. → 법원은 심신상실 인정, 형벌 면제 및 치료감호 명령 선고.

  2. 조현병 진단 환자의 방화 사건

    범행 당시 환청이 있었으나, 불을 지르고 도주했으며, 주변 CCTV를 피한 정황 등이 확인됨. → 심신미약으로 판단, 형 감경 후 장기 치료감호 병행.


이처럼 조현병의 존재 자체보다도 범행 당시 정신 상태와 통제력 여부가 법적 판단의 핵심이다.


형벌보다 치료가 필요한 경우


조현병은 약물과 정신치료를 통해 증상 조절이 가능하다. 그러나 치료 중단, 사회적 고립, 낙인 등이 반복될 경우 재발 위험이 높아진다. 따라서 조현병 환자의 범죄 예방을 위해서는 지속적인 치료관리 시스템과 사회적 지원 구조가 필요하다.


실제로 많은 국가에서는 조현병 환자의 형사사건에 대해 치료감호 제도를 활용하고 있으며, 우리나라 역시 ‘치료감호소’를 통해 범죄자의 정신과 치료와 사회 복귀를 병행하고 있다.


결론: 조현병은 면책 사유가 아니다. 그러나 치료적 접근이 필요하다.


조현병은 뇌 기능 이상에 따른 심각한 정신질환으로, 때때로 현실 인식의 붕괴와 충동적 범행으로 이어질 수 있다. 그러나 법은 단순한 병력만으로 책임을 면제하지 않으며, 범행 당시의 정신 상태, 인식 능력, 통제력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형벌 여부를 결정한다.


조현병 범죄자는 처벌과 함께 반드시 치료 중심의 형사정책적 접근이 병행되어야 하며, 사회는 이들을 ‘잠재적 범죄자’로 낙인찍기보다는 재발 방지 시스템 마련과 조기 치료 지원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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