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와 범죄 – 과거의 기억이 현재의 책임을 덮을 수 있을까?
폭력, 학대, 전쟁, 사고 등 극심한 외상 사건을 겪은 뒤, 시간이 지난 후에도 지속적으로 심리적 고통을 경험하는 경우를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라고 한다. 일부 PTSD 환자들은 일상 속 특정 자극에 반응해 갑작스럽게 폭력적인 행동을 하거나 법적인 문제로 이어지는 경우가 있다. 그렇다면 PTSD로 인한 범죄는 법적으로 어느 정도 책임을 면할 수 있을까?
PTSD의 뇌과학적 특징
PTSD는 단순한 정신적 트라우마가 아닌, 뇌 기능의 구조적 변화를 동반하는 신경정신질환이다. 주요 특징은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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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도체(amygdala): 과도한 활성화 → 공포 자극에 민감하게 반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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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hippocampus): 위축 → 기억 왜곡 및 시간적 구분 어려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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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전두엽(prefrontal cortex): 억제 기능 저하 → 감정 조절 어려움
이러한 뇌 변화로 인해 PTSD 환자는 위협이 없는 상황에서도 위험을 인식하고, 그에 따른 과잉 방어 또는 공격 행동을 보일 수 있다.
특히 ‘플래시백’(traumatic re-experiencing) 증상은 현실과 과거의 경계를 흐리게 하여, 환자가 자신도 모르게 비상식적 행동을 저지르도록 유도할 수 있다.
PTSD와 형사책임 판단 기준
형법은 범죄 당시 행위자의 상태를 기준으로 사물 변별 능력과 행위 통제 능력 여부를 판단한다. PTSD가 형사책임 감경이나 면책 사유가 되려면 다음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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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TSD가 전문의에 의해 공식 진단되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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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행 당시 플래시백, 해리 상태 등으로 인해 현실 인식이 결여되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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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과 PTSD 증상 간의 인과관계가 명확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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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 결과에서 통제력 상실이 인정되는가
단순히 “트라우마 때문에 충동을 못 참았다”는 주장만으로는 형사책임이 줄어들지 않는다. 반드시 의학적 진단, 치료 이력, 감정 결과가 종합적으로 검토되어야 한다.
실제 판례 사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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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력 피해 이후 PTSD 진단을 받은 피고인이 폭력 사건에 연루된 사례
자극적 발언에 대해 갑자기 과잉 반응을 보였고, 플래시백이 유발되었다는 점이 감정서에 명시됨. 법원은 심신미약 상태 인정, 형 감경 후 치료명령 병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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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복무 중 전투 경험으로 인한 PTSD 환자가 다툼 중 흉기를 사용한 사례
피고인은 위협적인 상황을 ‘전투 상황’으로 착각했고, 사건 당시 현실 판단 능력이 떨어진 것으로 판단됨 → 심신상실은 불인정, 심신미약으로 형 감경.
법과 치료적 접근의 조화
PTSD는 약물치료와 노출치료, 인지처리치료, EMDR(안구운동 민감소실 및 재처리 요법) 등으로 증상 완화가 가능하다. 하지만 치료가 중단되거나, 조기 진단이 되지 않을 경우 충동적 행동과 범죄 연루 가능성이 증가한다.
따라서 법적 처벌과 함께 치료 명령, 보호관찰 하 치료 조건 부여, 사회복귀 지원 시스템 구축이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일부 국가에서는 PTSD 환자를 위한 재범 예방 특화 프로그램도 운영 중이다.
결론: 과거의 상처는 현재의 책임 판단에 영향을 줄 수 있다
PTSD는 단순한 감정 문제가 아니라, 뇌 기능 이상에 기인한 의학적 질환이다. 법은 이를 감안해 형사책임 여부를 판단하지만, 모든 PTSD 환자에게 면책이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핵심은 범죄 당시 현실 인식 능력과 행동 통제력이 손상되었는가이며, 이 점은 뇌과학적 감정과 치료 이력을 통해 증명되어야 한다. 앞으로는 PTSD 환자에 대해 처벌보다 조기 개입과 재범 방지 중심의 접근이 중요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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