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 조절 장애와 범죄 – 법은 어디까지 공감해야 하나?

“순간 참지 못해서 그랬다.”

분노나 충동에 의해 일어난 범죄를 접할 때 흔히 듣는 말이다.

과연 감정을 조절하지 못해 저지른 범죄는 의도적인 범죄와 동일한 책임을 져야 할까?


감정 조절 장애는 단순한 성격 문제가 아니라, 신경학적, 정신의학적 질환일 수 있다.

법은 이를 어떻게 해석하고, 어디까지 책임을 제한할 수 있는지 살펴보자.


감정 조절 장애란 무엇인가?


감정 조절 장애란, 감정을 적절히 인식하거나 조절하지 못해

극단적인 반응이나 행동으로 이어지는 상태를 말한다. 대표적인 유형은 다음과 같다:

  • 간헐적 폭발 장애 (IED): 사소한 자극에도 격렬한 분노 폭발

  • 경계선 성격장애 (BPD): 정서 기복이 심하고 대인관계에서 갈등 반복

  • 양극성 장애: 조증·우울증 사이의 감정 변화로 인해 충동적 행동 가능

  • 복합 PTSD: 지속적 외상으로 감정 마비 또는 과잉 반응 발생


이들은 모두 뇌의 전두엽, 편도체, 변연계 등 감정 관련 부위의 기능 이상과 연결된다.


뇌과학이 밝히는 감정 폭발의 원인


뇌과학 연구에 따르면, 감정 조절 장애가 있는 사람은 다음과 같은 뇌 기능 이상을 보인다:

  • 전두엽 기능 저하: 충동 억제와 논리적 사고 저하

  • 편도체 과활성화: 위협 자극에 과도한 공포·분노 반응

  • 세로토닌 부족: 충동 조절력과 감정 안정 능력 저하

  • 신경회로 비대칭성: 정서 반응의 강도 조절 실패


이로 인해 외부 자극에 예민하게 반응하고, 순간적으로 폭력적 행동을 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형법은 감정 조절 장애를 어떻게 판단하는가?


우리 형법은 범죄자가 범행 당시 정상적인 판단 능력을 가지고 있었는지를 기준으로 한다.


🔹 심신미약 인정 요건:

  1. 사물 변별 능력이 미약하거나,

  2. 의사 결정 및 통제 능력이 제한되어 있어야 함


감정 조절 장애가 있다고 해도, 범행 전후 상황, 행동의 계획성, 회피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보아

책임능력이 부분적으로 인정되거나, 감형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실제 판례로 보는 판단 사례


✅ 감형 인정 사례

  • IED(간헐적 폭발 장애) 진단을 받은 피고인이 공공장소에서 타인을 폭행

  • 범행 후 혼란 상태였으며 자발적 신고, 정신과 치료 이력 확인 → 심신미약 인정, 형량 감경


❌ 감형 불인정 사례

  • 감정 조절 문제를 주장했으나 범행 전후 행동에 계획성, 증거 인멸 시도가 있었음

  • 정신감정 결과, 통제 능력 유지 판단 → 정상 책임 인정, 일반 형량 적용


📌 핵심 차이는 범행의 즉흥성 vs 계획성, 그리고 감정 조절 장애의 의학적 입증 여부이다.


법의 딜레마: 공감과 책임 사이


감정 조절 장애는 분명 의학적 질환이며, 뇌 기능 이상이 존재할 수 있다.

그러나 법은 사회 질서 유지를 위해, 개인의 책임 능력 여부를 명확히 따질 수밖에 없다.

  • 무조건적인 이해는 면책 남용 우려

  • 지나치게 엄격한 처벌은 정신질환자에 대한 인권 침해 가능


따라서 법은 다음과 같은 균형적 접근을 취해야 한다:

  • 정신과 전문 진단과 감정 결과 반영

  • 범행 당시 상태에 대한 과학적 분석

  • 필요시 심리치료 및 보호관찰 조건부 감형


결론: 감정은 통제될 수 있고, 법은 그 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


감정 조절 장애가 있다고 해서 모든 책임이 면제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법은 인간의 뇌와 심리의 한계를 고려해,

정당한 처벌과 동시에 회복 가능한 기회를 부여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감정은 훈련될 수 있고, 뇌는 바뀔 수 있다.

그 변화의 가능성을 전제로, 법은 형벌과 교정의 균형점을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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