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폐 스펙트럼과 범죄 – 오해와 실제 사이
자폐 스펙트럼 장애(ASD)는 사회적 상호작용과 의사소통의 어려움, 제한된 관심사와 반복 행동을 특징으로 하는 신경발달장애다. 하지만 일부 언론 보도나 드라마에서 자폐인 범죄자가 등장하면서, 자폐인이 위험하다는 편견이 확산되기도 한다. 과연 자폐 스펙트럼은 실제로 범죄와 관련성이 있는가? 법은 자폐인을 어떤 기준으로 판단하며, 형사 책임은 어떻게 적용되는가?
자폐인의 뇌, 그리고 행동 특성
자폐인의 뇌는 일반인과 다르게 정보를 처리한다. 특히 감각 입력, 감정 조절, 사회적 신호 해석에 어려움이 있다. fMRI 연구에 따르면 자폐 스펙트럼 아동과 성인은 측두엽, 편도체, 전두엽의 기능이 비정형적으로 연결되어 있어, 타인의 감정이나 의도를 파악하는 데 제한이 있다. 이는 의도치 않게 타인의 감정을 무시하거나, 상황에 부적절한 행동으로 이어질 수 있다.
하지만 이 같은 특성은 악의나 공격성 때문이 아니라, 신경 발달의 차이에 의한 것이며, 자폐인이 폭력적이라는 통념은 과학적으로 근거가 부족하다. 대부분의 자폐인은 범죄율이 낮은 집단으로 분류되며, 오히려 피해자가 되는 경우가 많다.
자폐와 형사책임 – 법은 어떻게 판단하는가?
자폐 진단이 있다고 해서 자동으로 책임이 면제되지는 않는다. 법은 다음 두 가지를 기준으로 책임능력을 판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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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물 변별 능력 – 옳고 그름을 구별할 수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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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위 통제 능력 – 자신의 행동을 통제할 수 있는가?
자폐 스펙트럼 장애가 있더라도 경계 수준이 다양하기 때문에, 심층 진단과 전문가 감정을 통해 범행 당시 피의자의 인지 기능과 통제력 여부를 따져야 한다. **고기능 자폐(High-functioning ASD)**나 아스퍼거 증후군의 경우, 일반적인 판단 능력을 갖춘 사례도 많기 때문에 법원은 개별적으로 판단한다.
실제 판례 사례
국내외 판례를 보면, 자폐인이 연루된 범죄는 대부분 오해나 비의도적 행위에서 비롯된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타인의 공간을 침범하거나 반복적인 행동을 하는 과정에서 폭행으로 오해받는 경우, 경찰 지시에 제대로 반응하지 못해 불응으로 간주되는 경우 등이 있다.
이런 사건에서 법원은 자폐인의 인지 구조, 의사 표현 방식, 자극에 대한 반응 패턴 등을 고려하여 책임능력의 유무 또는 제한 여부를 판단한다. 일부 사건에서는 심신미약을 인정해 형을 감경하기도 했으며, 보호관찰이나 치료명령을 병행하는 판결도 내려졌다.
자폐 스펙트럼과 사회적 오해
자폐에 대한 가장 큰 문제는 과도한 일반화와 낙인이다. 극히 일부 사례를 근거로 전체 자폐인을 위험한 존재로 보는 것은 매우 비과학적이며, 실제로 자폐인은 범죄에 연루될 가능성이 일반인보다 낮다는 연구 결과가 다수 존재한다.
특히 의사소통의 어려움으로 인해 범죄 상황에서 방어권이 제대로 보장되지 않는 경우가 많으며, 수사 과정에서 자폐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접근은 인권 침해로 이어질 수 있다. 따라서 자폐인을 대상으로 한 법적 절차는 전문가 동행, 언어 및 표현의 이해 보조, 비언어적 반응에 대한 분석 등 특별한 절차적 보호 장치가 필요하다.
결론: 자폐인의 범죄 책임은 개별 판단이 원칙이다
자폐 스펙트럼 장애는 범죄와 직접적인 인과관계가 있는 장애가 아니다. 다만, 인지적·정서적 특성이 일반인과 다르기 때문에 범죄 상황에서 오해가 발생할 수 있으며, 실제 행위가 법적 기준을 충족하는지 여부는 정밀한 감정과 개별 판단이 필요하다.
자폐인을 잠재적 위험 요소로 보는 사회적 편견은 불필요한 낙인을 초래할 뿐이며, 형사정책은 이해 기반의 접근을 통해 자폐인의 권리를 보장하면서도, 사회적 안전을 지킬 수 있는 균형 있는 판단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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