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면장애와 범죄 – 졸음 속의 범행, 책임을 물을 수 있을까?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자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범죄 수사 과정에서 이런 진술이 나올 때, 그것이 단순한 변명인지, 아니면 실제 수면장애로 인한 통제 불능 상태인지 구분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문제다. 수면장애는 단순한 피로 문제가 아니라 신경생리학적 이상으로, 특정 조건에서는 형사 책임을 제한할 수 있는 사유로 판단되기도 한다. 이 글에서는 수면장애와 범죄의 연관성, 뇌 기능 변화, 형법상 책임 판단 기준을 살펴본다.
수면장애의 뇌과학적 특징
수면장애는 크게 기면증, 몽유병, REM 수면행동장애, 수면무호흡증, 불면증 등으로 분류된다. 이들 장애는 뇌의 수면-각성 주기를 조절하는 시스템에 이상이 생긴 상태로, 시상하부, 뇌간, 피질 간 연결성의 이상이 관찰된다. 특히 몽유병이나 기면증은 의식이 불완전한 상태에서 행동이 일어나는 현상으로, 외부 자극에 대한 인지와 통제가 제한된다.
수면 중에도 행동이 가능한 이유는 비정상적인 뇌파 활동 때문이다. 뇌의 일부는 자고 있지만, 일부는 깨어 있는 ‘부분 각성’ 상태에서 신체가 움직일 수 있으며, 이로 인해 의도치 않게 물건을 던지거나 사람을 다치게 하는 행동이 나타날 수 있다. 이 경우, 범죄가 ‘의도적’이지 않다는 점에서 법적 판단이 달라질 수 있다.
형법에서의 판단 기준 – ‘의도’와 ‘통제력’
형법은 범죄 당시 피의자의 상태를 다음과 같은 기준으로 판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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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물 변별 능력 – 자신의 행위가 잘못임을 인식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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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위 통제 능력 – 그 행위를 멈출 수 있었는가
수면장애로 인한 행동이 실제로 통제 불가능한 상태에서 일어났고, 의도성이 없었다면 **심신상실(형법 제10조 1항)**로 판단되어 형벌이 면제될 수 있다. 단, 이는 의학적 감정 및 사건 정황에 대한 철저한 분석이 선행되어야 하며, 단순한 피로 상태나 졸음운전은 통상 심신상실로 인정되지 않는다.
실제 판례와 적용 사례
몽유병 상태에서 가족을 공격한 사건에서, 법원은 사건 당시 피고인이 수면 상태였으며, 사물 변별 및 통제 능력이 상실된 상태였음을 인정해 무죄 판결을 내린 바 있다. 또한 기면증 환자가 갑작스러운 졸음 발작으로 운전 중 사고를 낸 경우, 약물 복용 여부 및 사전 인지 가능성 등을 고려해 과실 여부를 판단하였다.
반면, 충분한 휴식을 취하지 않은 채 운전하다 사고를 낸 경우는 예측 가능한 피로 상태로 간주되어 정상적인 책임이 부과된다. 핵심은 수면장애가 피의자의 통제 밖에서 발생한 의학적 질환이라는 점이 입증되는가이다.
뇌 기반 감정(鑑定)의 중요성
수면장애로 인한 범죄가 법정에서 인정되기 위해서는 뇌파 검사, 수면다원검사(PSG), 신경심리검사 등의 과학적 근거 확보가 필수적이다. 이러한 검사는 수면 중 행동의 발생 여부, 의식 수준, 반응성 등을 판단하는 데 사용된다.
법원은 최근 들어 뇌 기능을 기반으로 한 감정을 형사 판단의 보조자료로 채택하는 비율이 증가하고 있으며, 이는 향후 형사정책에서도 뇌과학의 활용 가능성을 확대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결론: 졸음 속 범죄는 무죄일 수도, 아닐 수도 있다
수면장애는 단순한 피로와는 다른, 의학적으로 인정된 신경 생리학적 질환이다. 그러나 법은 항상 행위의 의도성과 통제 가능성을 중심으로 판단하기 때문에, 모든 수면 관련 사건이 면책되지는 않는다.
핵심은 수면장애가 실제 존재하며, 그로 인해 행동 통제가 불가능한 상태에서 범죄가 발생했는지의 여부다. 향후 수면 관련 범죄는 더 정밀한 뇌과학적 감정과 객관적 진단을 통해, 처벌과 면책 사이의 균형점을 찾는 방향으로 발전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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