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상 후 스트레스와 범죄 – PTSD는 형사 책임을 감경시킬 수 있을까?

 

“그때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너무 무서웠어요.”

극심한 외상 경험은 단순히 기억에 머무르지 않는다.

때로는 그것이 인격과 행동, 그리고 범죄적 충동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PTSD(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는 전쟁, 성폭력, 학대, 사고 등의 사건을 겪은 후 생기는 심리적·신경학적 장애로,

특정 조건에서는 형사 책임을 감경하거나 판단에 영향을 주는 요소가 될 수 있다.


그렇다면 PTSD는 어디까지 법적 판단에서 고려될 수 있을까?


PTSD란 무엇인가? – 뇌 과학적 메커니즘


PTSD(Post-Traumatic Stress Disorder)는 단순한 심리적 충격이 아니다.

실제 뇌 구조와 기능에 변화를 일으키는 신경학적 장애다.


주요 증상은 다음과 같다:

  • 과도한 각성 상태: 작은 자극에도 격하게 반응

  • 회피 행동: 특정 상황을 본능적으로 피함

  • 감정 조절 장애: 분노, 불안, 공포를 통제하기 어려움

  • 침습적 기억: 사건의 기억이 반복적으로 떠오름


뇌과학적으로는 다음과 같은 변화가 관찰된다:

  • 편도체 과활성화: 공포 자극에 과도한 반응

  • 전두엽 기능 저하: 충동 억제 및 판단력 저하

  • 해마 위축: 기억 처리 기능의 왜곡


PTSD와 범죄 – 피해자가 가해자가 되는 순간


PTSD를 가진 사람은 다음과 같은 행동 패턴을 보일 수 있다:

  • 위협 자극에 과민 반응 → 자기방어적 폭력

  • 현실 왜곡 및 착각 → 불법 행위 유발

  • 충동 조절 저하 → 순간적인 범죄적 행동


예를 들어, 가정폭력 피해자가 가해자를 공격하거나,

성폭행 피해자가 트라우마로 인해 타인에게 공격적으로 반응하는 경우가 이에 해당된다.


이런 사건에서는 법원이 피고인의 정신 상태와 외상 경험을 고려해 심신미약을 인정하거나 감형하는 경우가 있다.


형법에서 PTSD는 어떻게 판단되는가?


형법상 심신미약 혹은 심신상실이 인정되려면 다음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1. 사물 변별 능력의 저하

  2. 의사 결정 능력의 저하

  3. 그 저하가 범죄 당시 존재했는가?


PTSD가 있다고 해서 무조건 형벌이 감면되지는 않으며,

정확한 진단, 당시의 심리 상태, 행동의 정황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한다.


실제 판례와 법적 입장


✅ 감형 사례

  • 지속적인 가정폭력 피해를 입은 아내가 남편을 공격하여 사망에 이르게 함

  • PTSD 진단 및 수년간의 외상 경험 입증 → 심신미약 인정, 징역형 감형


❌ 불인정 사례

  • 군 복무 중 사고로 PTSD 진단을 받은 피고인이 사적인 분쟁으로 폭행

  • 범행 당시 치밀한 계획, 도주, 증거 인멸 시도 → 책임능력 인정, 정상 형량


📌 핵심 기준: PTSD 자체보다 범행 당시 그것이 행동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가 관건이다.


법과 과학의 균형: 동정인가, 정당한 판단인가?


PTSD는 결코 가벼운 질병이 아니다.

그러나 그것이 형사책임을 감경해주는 **“면죄부”**가 될 수는 없다.

  • 법은 피해자의 권리와 가해자의 상태 사이의 균형을 요구한다.

  • 따라서 PTSD 관련 범죄는 과학적 진단, 범행 정황 분석, 사회적 맥락 이해가 종합되어야 한다.


결론: PTSD는 고려 요소이지만, 전면 면책의 사유는 아니다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는 분명한 뇌기능 이상이며,

그로 인해 발생한 범죄라면 법적 판단에서도 정신적 상태를 고려해야 한다.


그러나 형법은 여전히 **‘자기 행동의 통제 가능성’**을 중심으로 판단하기 때문에,

모든 PTSD 환자가 감형이나 면책을 받을 수는 없다.


중요한 것은 사건 당시의 심리·신경 상태가 명확히 입증될 수 있는가,

그리고 그 상태가 범죄 행위에 얼마나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는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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